특별한 만남

성인의 화신

빛속으로 2006. 2. 10. 15:34

 

 

 

     * 성인의 화신 * 
      

                 覺牛 윤철근



작년 가을

옥상에 작은 화단 만들어
고추랑 호박이랑 심었는데

주렁주렁 많이도 열려

숭숭 썰어 보글보글 된장국 끓이고
약오른 고추 입안 가득 매운 맛
허허 불어내면
어느새 밥 한 그릇 뚝딱 비었는데

햇볕 다정스럽던 날
고추는 황갈색으로 팔을 떨구고
호박은 바삭 말라 무상을 말하네.

아! 세월이 벌써 그렇게 되었나?

헤아려보니 어느 듯 11월
회상하니 영화를 본 듯
세월은 이미 여기 와 있고 

늦가을 노을 빛으로 
씨앗을 잉태하고 곧 떠날
싱그럽던 생명이
퇴색하는 모습에
물을 흠벅흠벅 주며

물안개처럼 애잔함 피어나는데


사람도 동물도

정 담긴 식물도
이별의 시간은 눈물처럼 아리고
먼 기다림처럼,,, 슬프다.

생의 마지막
얼마나 아파할지
발길은 떠날 수 없어 하는데

색바랜 잎과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이는 소리가
슬픔의 노래진 몰라도

 

제 몸을 따가도
아프다구 고함치거나

거부의 몸짓도 
대가성 요구도 없었으며

 

이제 추억으로

영원히 이별할 시간인데
담담히 죽음 두려워 않으니

성인의 화신인가!

 

한줄기 바람 타고 싸르 밀려오는 

위대한 생애 앞에서


문득 느껴지는 숭고하고 거룩함에
전율이 온몸을 적셔

손 모아 합장하고 머리 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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