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끝마다 영롱한 이슬방울

처음 예요

빛속으로 2009. 3. 13. 12:15

 

 

 

 

처음 예요

 

 

80이 넘었을 것 같은 할머니 한 분과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분이 함께 방문했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이신지요?"

할머니가 나서서 말했다.

"우리는 하나님 말씀을 전해주러고 왔습니다."

"정신이 나간 분들이로군요."

"아니 왜 우리가 정신이 나가요. 정신이 멀쩡하데요."

할머니의 언짢아 하는 말에 같이 동행한 여인도 합세하여 나의 말을 추궁했다.

"왜 우리가 정신이 나갔다는 겁니까. 너무 한 말씀 아니예요?"

"그럼 잘 들어 보세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이해할 것인지 받아들인 것인지 또는 불쾌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를 감안하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두 분은 이 집을 들어올 때 '아, 이분은 불자로구나.' 하는 것을 알고 들어왔을 텐데 불자인 나에게 불쑥 여호와의 선전을 하러왔다고 하니 예의가 없는 것 아닙니까. 적어도 예의는 가지고 방문하셔야지요.

무조건 내 생각만 가지고 상대가 불쾌하던 어쩌던 관계없이 방문해서 여호와를 믿으라고 한다면 정신이 나갔거나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겠어요."

",,,,,,,'

"두 분에게 믿음이 있듯이 나에게도 믿음이 있으며 저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고 믿음이 있지요. 나름대로 자신의 믿음은 옳고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두 분은 자신의 믿음만 옳은 것인 양 교만하게 아무 곳에나 들와서 막무가네로 여호와를 믿으라 말하는 것은 예의도 없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는 정신 나간 짓이 아니겠습니까."

나의 말에 젊은 여인은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수궁하는데 할머니가 말을 했다.

"나는 어려서 불교의 집안에 태어났어요. 어느 날 어머니를 따라서 절에 갔는데 어머니가 하는 말씀이 부처님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부처님이 실눈을 뜨고 있다가 눈을 크게 뜨신다고 했지요. 난 그것을 보려고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다리가 아파서 죽을 뻔 했지요. 그리고는 절에 안다니지요.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하나님을 만났지요. 시집을 불교 집안으로 갔는데 나는 교회에 다니다가 서른다섯 살에 증인을 만났지요,"
"증인이라니 여호와증인 말인가요?"
"예, 여호와의 증인을 만나면서부터 아, 이것이로구나 하고 여지껏 믿고 있지요."

할머니는 37년인가를 여호와 증인으로 산다고 했는데 서른다섯부터 37년이면 지금 일흔 두셋 정도일텐데 보기에는 팔십이 넘게 보였다.

"아 그래요. 할머니는 오랫동안 여호와를 믿고 있군요. 그럼 여호와를 보셨나요?"

"여호와를 보다니요?  여호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여호와를 보면 죽어요."

자신도 보지 못한 여호와가 있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믿으라고 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난 웃으면서 말했다.

"수십 년을 여호와를 믿으면서 아직도 여호와를 보지 못했다는 건 여호와가 없다는 것이지요. 여호와가 있다면 왜 못 보겠어요. 그건 거짓말이랍니다. 그러니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거짓말이라니요. 여호와는 분명히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사람이니까 여호와를 볼 수 없는 것 뿐이지요."

"할머니, 혹시 설악산에 황금 뿔을 가진 사슴이 살고 있다고 하던데 보셨나요?"
"예? 황금 뿔을 가진 사슴 요? ,,,"

"예, 설악산에 황금 뿔을 가진 사슴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믿는 지요?"

"황금 뿔을 가진 사슴이라,, 그런 사슴은 없지요. 사슴이 어떻게 황금의 뿔이 있을 수 있겠어요. 황금 뿔이라면 사람들이 금으로 뿔을 만들어 주었겠지요. 그렇지 않고는 황금 뿔을 가진 사슴은 있을 수 없어요. 절대로 없어요.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예요."

목청을 높여서 황금 뿔 사슴은 절대로 없다고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했다.
"예. 그와 같이 여호와는 없지요. 여지껏 보지도 못하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여호와가 어찌 존재할 수 있나요. 그러니 없는 여호와가 있다고 말하며 돌아다니지 마세요. 그것은 거짓말이며 거짓말을 믿으라고 하면 죄업이 되지요."
"아저씨는 보이는 것만 믿고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나요?"
함께 온 여인이 우리의 이야기에 끼어들어 말했다.

"보이는 것과 확실한 것은 믿지만 보이지 않거나 불확실한 것은 믿지 않지요."
벽에 걸어 논 달마상 액자를 가르키며 중년의 여인이 말했다.

"저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다는 것은 유물론이 아닙니까?"

"유물론이던 무물론이던 그런 이론이나 학설은 중요하지 않지요. 사실인지 거짓인지가 중요하며 그것이 요점이지요."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면 그건 믿음이 아니지요. 눈에 보이는 것 확실한 것을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야 그것이 믿음이지요."

"눈에 보이는 것 확실한 것을 믿는 것이 바른 믿음이며, 보이지 않는 것 확실하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은 허상을 믿는 것이며 바른 믿음이라고 할 수 없지요."
"절에 모셔진 불상은 우상이 아닌가요?"

"불상은 석가모니부처님의 형상을 만들어서 모신 것이지요. 그런데 두 분은 무엇을 부처라 하는지 아시나요?"
"무엇이 부처지요?"

젊은 여인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절에도 다녔다고 하는 할머니에게 부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불심,,?"

"불심은 부처의 마음이라는 뜻이고 무엇을 부처라 하냐니까요?"

어려서부터 불교 집안에 태어나서 절에도 다녔다는 할머니는 부처님은 인도에서 태어났고 마음이 좋은 분이었고,, 달변으로 이야기를 하더니 갑자기 말을 잃어버리고 머뭇거리자 옆의 일행인 여인이 내게 말했다.

"무엇을 부처라 하나요? 모르는 것은 배워야 하는 거지요. 무엇을 부처라 하는지 가르쳐 주세요,"

"부처란 진리를 깨달은 성자라는 뜻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아까 말씀하신대로 인도 카필라라국의 왕자로 태어났지요. 그는 왕위를 물려받은 태자의 신분이었으나 사람들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도 늙고 병들며 죽으며 위대한 대왕이라도 죽는 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늙고 병들고 죽음이 없는 열반의 진리를 찾아서 왕위도 버리고 수행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찌 됐나요? 그래서 죽었잖아요?"

할머니는 내가 말을 하는데 차분하게 말을 할 수 없게 계속 끼어들어서 맥을 끊었다.

"할머니, 말이란 서로 주고 받으며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내가 할머니의 말을 들었듯이 내가 말을 할 때는 가만히 듣고 계셔야지요. 혼자서만 계속 말씀을 하시면 무슨 대화를 한다 하겠어요. 잠시 내 말을 들으며 기다려 주세요."

"우리는 바빠요. 다른 집에도 가야하니까요."
"할머니가 다른 집에가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귀중하고 소중한 시간일 수 있으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라고 말하고 할머니가 뭐라 하든 조금 무시하고 여인과 말을 했다. 여인은 그래도 듣고 싶어하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알아 듣는 것 같았다.

"싯다르타 태자는 왕궁을 나와서 수행을 했는데 수행할 때의 사진을 혹 보셨는지 모르겠으나 거의 먹지 않거나 나무 열매 한 알이나 두 알 정도로 먹으며 수행을 했지요. 그러니 몸이 말라서 뼈만 앙상했어요. 뱃가죽이 등뼈에 달라 붙었으며 움직이지도 않아서 머리에 새가 집을 짓고 얼굴에는 거미가 줄을 칠 정도였으니 보통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초인적인 수행을 하신 거지요."

"그래서 어찌 됐나요? 그래서 알았나요?"
할머니는 또 끼어 들어 방해를 놓았다.

" 예, 그렇습니다. 6년 동안 숲속에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방법의 깊은 수행을 한 끝에 늙고 병들고 죽음이 없는 열반을 깨달으셨지요. 사람이 태어나서 늙는 병들고 죽는 것이 괴로움인데 그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서 열반에 이르는 법을 부처님께서 가르치고 계십니다. 그것이 불교입니다."

"아까 황금 뿔 사슴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것은 신(여호와)에 대한 비유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여호와에 대한 비유가 맞습니다. 황금 뿔을 가진 사슴이나 도깨비방망이처럼 여호와는 존재하지 않지요."
"참 대단하십니다. 불심이 참 대단하십니다. 무어라고 호칭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여지껏 다니면서 우리들 보고 미쳤다고 한 분은 사장님 한 분 뿐이예요. 또 신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신 분도 사장님이 처음인데 참으로 대단한 불심이십니다."

"예? 매우 고마운 말씀인데,,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예 정말입니다. 이것은 빈 말이 아니라 참말입니다. 우리는 스님을 찾아가서 예기도 해 봤는데 그분 하시는 말이 우리도 죽을 때는 하나님 찾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참 대단하십니다. 우리를 보고 미쳤다고 하고 여호와는 없다고 말씀하신 분은 처음 만나 뵈요. 놀라울 정도인데 오늘 참 대단한 분을 만나본 것 같습니다."

여인의 말에 할머니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아, 그래요. 나쁘지 않고 좋게 생각하고 말씀해 주시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난 진리를 찾아서 가는 사람과는 대화하기를 원하면 언제든지 진지하게 응해드립니다. 조용한 시간에 찾아오세요. 대화를 하면서 더 높은 진리를 향해 갈 수 있다면 유익하고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내 말에 여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할머니와 이 길을 가는 것이 행복하고 좋아요."
"할머니하고 같이 다니지 마세요. 할머니와 계속 다니면 이 할머니와 똑같이 됩니다."

라고 웃으면서 내가 말했다.

젊은 여인은 묵묵히 미소를 띠고 있는데 할머니는 그 새 가방에서 성경책을 꺼내어 펴더니 어느 구절에 대하여 읽어 내려갔다. 끊임없이 줄줄 글을 읽어가는 할머니는 맹신의 어리석음을 표본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나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성경이 없으면 꼼짝도 못하나요?"
"그럼요. 성경은 생명인데요."

내 말에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나를 보세요. 나는 성경책에 의지 하지 않고 다른 책에도 의지 하지 않으며 어떤 사상이나 학설에도 의지하지 않지요"
라고 말하고는 터벅터벅 그들에게 걸어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물었다.

"이것은 누구의 뜻인지 아시나요?"
여인은 내 말과 행위에 아무 말도 못하고 벙어리처럼 입이 붙어서 머뭇거리며 비켜 물러나므로 나는 할머니 앞에 이르러,

"이것은 누구의 뜻이지요?"

라고 재차 물어는데 할머니도 아무 말을 못했다.

난 할머니의 몸을 다정히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할머니 이제 정신차리세요."
할머니는 내 말에,

"난 정신이 멀쩡해."

라고 말하며 다른 집으로 가봐야 한다면서 우리 집을 나섰다.

그런데 할머니는 우리 집을 나서 조금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서서 책을 전해 주어야겠다며 가방에서 얇은 책자를 꺼냈다. 그러자 같이 동행하던 여인이 그러지 말라고 할머니를 적극적으로 말려서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웃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난 가끔 초등학생끼리 따돌림을 하고 따돌림은 당한다는 이야길 들었다. 왜 같은 친구끼리 특별한 이유도 없을 텐데 따돌림을 받을까 하고 생각해 봤는데 따돌림을 당하는 본인인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부모의 입장에서 자기 아이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면 매우 속상하고 괴로울 것이다.

그런데 이 분들처럼 남이 싫다는데 굳이 집집마다 방문하여 자신도 보지 못하고 존재하지도 않은 이상한 신을 믿으라고 강요한다면 그 인연은 아마 내생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받을 씨앗을 심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싫다고 하는데 믿을 것이 없는 것을 믿으라고 강요하며 다니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미래의 그 자신을 위해서,,, 

 

         覺牛 윤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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