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끝마다 영롱한 이슬방울

관세음보살이 되기로 하다

빛속으로 2008. 8. 29. 12:25

 

  

 

엊그제부터 골이 아팠다.

체한 것 같은데,, 체하면 복통이 상식일 것 같은데 난 이상하게 배는 아프지 않는데 골이 아프다.

아픈 것이 본래 공하며, 이 몸도 공한 것을 알아도 그래도 아프다.

멈추었다가 아프고 아프다가 멈추며 계속 지근거리므로 사리돈을 먹었다.

아침에 까스명수와 사리돈을 같이 먹었는데 좀 괜찮은 듯 하더니 오후가 되니 다시 머리가 아팠다. 기분이 불쾌할 정도다.

나는 왠만하면 약을 잘 안 먹는 편이다. 며칠 지나면 절로 낫기도 하고 약을 먹으면 약효가 빨라서 금방 낫는다.

그런데 저녁에 사리돈 한 알을 또 먹었는데 그래도 머리가 띵하며 지근거렸다. 금방 낫지를 않고 귀찮게 자꾸 골이 때렸다.

가끔 감기에 걸리며 지금처럼 체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별로 아픈 곳이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아프다고 말하면 그가 얼마나 아픈지 잘 모른다. 많이 아프다고 인상을 짜도 난 모른다.

아픈 정도를 모르는 까닭에 아픈 것이 공한 것이므로 아픈 것이 본래 없는 텅 빈 깨끗한 자성을 보라고 고상하게 말하면서 강 건너 불보듯 한다.

그런데 어제 하루 종일 아프고 오늘 저녁까지도 멈추지 않고 아파서 밥도 안 먹고 사리돈을 먹었는데 계속 골이 지근지근 했다.

아픈 것이 없는 공을 관하고 전에 들던 화두를 들어보아도 숨바꼭질하듯이 찾아와서 골을 때리므로 아픔의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고통을 느끼면서 중생들의 일체 고통과 고난에서 구해준다고 하는 < 구고구난(求苦求亂) 관세음보살>의 뜻을 새겨보았다. 

바다에 빠져서도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물에 빠지지 않고, 형장에서도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칼이 부러지고, 도적이 칩입해도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도적이 도망가며, 일체의 고통과 난관에서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지극하게 부르면 안전하게 보호된다고 한다.

황당할 것 같기도 하지만 위험에 처하여 관세음보살을 지극하게 부르므로써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영험담이 많이 전해오는데 난 지극한 관세음보살의 원을 세기면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내가 건져 주는 관세음보살이 되리라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내가 관세음보살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골이 아픈 것이 사라지는 듯했다.

머리가 아픈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관세음보살이 되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고통의 바다에서 건져주는 대자대비 관세음보살!

직접 아픔의 고통을 느끼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중생의 아픔을 생각하며 고통에서 건져주려는 마음이 일어나야 비로소 관세음보살이 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되는 것인가,,,

아무튼 난 오늘부터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이 되어서 살아갈려고 작정한다.

,

,

큰 허공에 대자대비의 마음이 들어 있는 것과 같다.

 

         覺牛 윤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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