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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있는 일-
멀리에 사는 친구 찾아와 한잔 두잔 곡차 마시며 얘기하다 보니 얼굴에는 불그레 보기 좋게 단청 들고
우리 얘기 수행에 관한 거라 이따금 잔을 받고 따라주는 분 따분할까봐
재미없을 얘기라며 미안해 친구가 말하니 오히려 괜찮다며
오래 술장사 하지만 이런 얘기 안주 삼아 술 드시는 분들 처음이라며 신기한 듯 호감을 가지네요.
닭이 어떻게 웁니까? '꼬끼요' 하고요, 개는 어떻게 짖지요? '멍멍' 하고요,
닭은 '꼬끼요' 새벽을 열고 개는 '멍멍' 손님을 맞고 소는 '음~메' 한가로우니
저마다의 소리가 있듯 우리 이야기 이와 같다며 고마워 어울리는데
아담하고 조용한 방안을 어지럽게 날던 파리가 내민 손 위에 말귀라도 있는 양 내려앉아 입정한 듯 고요하니
이야기 안에 들어온 주인은 그 광경을 신비해 하며
산다는 것이 괴롭고 어려움 참 많다며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힘든 하루하루 벗어날 길 공손히 묻네요.
살생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고 남의 물건 탐내지 말며
그리고 음란하지 말고 술 많이 마시지 말라 하니
한참을 침묵하다 거짓말 않고 도둑질 않는 것은 그럭저럭 지킬 수 있겠으나
음식 장사 하다보니 살생하지 않을 수 없고 손님과 어울려 술에 빠질 때도 많다며 낙심하여 고개를 숙이네.
그래서 여인의 삶이 어려운가 보다 생각하며
생계 위해 어쩔 순 없더라도 가급적 살생은 피하고 술에 만취 말며 불륜은 삼갈 걸 권했지요.
내 말에 갓 온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앉아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러겠노라 대답하고,,,,
볼만한 책 묻던 생각 떠올라 어느 날 들렸는데 산사 찾아 절하고 좋은 말씀도 듣는다며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네요.
覺牛 윤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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