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31일
오늘은 병술년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낮 12시에 설악산 켄싱턴 호텔에서 큰 동서 고희연이 있었다. 고희연에 참석하기 위하여 목우재 도로의 새로 개통된 터널을 지나 가게 되었다. 터널이 벌써 개통되었다는 얘기로만 듣다가 처음으로 승용차를 타고 일행과 동승하여 터널을 구경하며 지나갔다.
연휴를 맞아 각지에서 찾아온 해맞이 관광객들의 차량들로 설악동은 북적 거려 길이 많이 막혔다. 길이 매우 혼잡하여 경찰이 설악산 소공원으로 가는 도로의 일반차량 통과를 통제를 하였는데 우리는 호텔에 예약이 있다고 하여 제 시간에 그리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는 내일이 아버지 칠순 날이나 딸과 사위가 외지에 나가 있으므로 오늘이 휴일이라, 편의상 하루를 앞당겨서 집안 식구들과 조촐한 모임을 갖고 싶었다는 조카의 인사말이다.
아주 가까운 집안만 참석했는데 손주들까지 제법 법석거렸다.
식사는 양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채식을 하는 내게 양식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수행인에게 인내는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처형이나 조카는 나를 배려를 하지 못했다고 거듭 미안해 한다. 그러니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해서 괜찮다구 괜찮다구 미소를 지으며 불편하지 않게 노력했다.
고희연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의 햇살이 방안에서 혼자 쉬고 있다가 날 보고 반긴다.
(어제의 글을 이어서 쓴다)
구지선사의 시자는 손가락 하나를 잃었지만 불멸! 죽음이 없는 불멸의 자성을 찾았다. 옛말에 아침에 도를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아니 겠는가,
또 어느 도인은 울타리를 치고 아무도 그의 집안에 발을 들여놓기를 거부하고 혼자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구도의 열정으로 불타는 학인(學人)이 신비인의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누구의 입실도 허락하지 않고 주인은 그를 문밖으로 밀쳐냈다.
못들어 오게 막아도 집안으로 들어가기를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 완강한 집주인의 반대로 번번히 실패한 그는 기어이 안으로 들어갈 것을 각오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힘껏 문을 열고는 한쪽 발을 문지방 안에 얼른 집어넣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주인은 문을 열어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주인은 손님이 방안에 발을 들여 놓아도 아랑곳 않고 문을 세게 닫으니 '쾅' 소리와 함께 방안에 들여놓였던 구도자의 발은 '우지직' 소리를 내며 부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발이 부러지는 그 순간에 그는 활짝 깨쳐 대오하였으니 불사조의 날개를 얻은 것이다.
발이 부러져 절룩거리는 것이 결코 장애가 아니다. 손가락이 잘리고 발이 부러지더라도 영원한 생명을 이룬다면 이보다 더 남는 장사는 없다.
손가락 하나로 뭇사람을 꿈에서 깨워 해탈의 세계로 인도하던 구지선사는 임종시에 제자들에게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이며 평생을 써도 다 쓰지 못하였다고 말하고 열반에 들었다.
지금도 그는 손가락 하나를 펼쳐 보이고 있다.
'반야심경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야심경일기(불생불멸-1) (0) | 2007.10.29 |
---|---|
반야심경일기(사리자 시제법공상-3) (0) | 2007.10.23 |
반야심경일기(사리자 시제법공상) (0) | 2007.10.11 |
반야심경일기(수상행식 역부여시) (0) | 2007.10.05 |
반야심경일기(색즉시공 공즉시색-2) (0) | 2007.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