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의 경지*
봉두난발 망나니는
번뜩이는 칼날에 물을 뿌리고
무지개 속 춤을 추며
휘잉휘잉 저승사자 부르는 형장!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그대의 말씀
지금도 변함이 없소?
서릿발 같은 왕의 추궁에
도인의 담담한 대답-
그렇습니다.
죽어도
산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하니
죽여도 무방할 것이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제발 살려달라 매달리며
애걸하길 바랐을지 모르나
태연히 남긴 말은
칼 바람이
산들바람 같을 뿐이라오.
죽는 순간에
별 일이 아닌 듯 말하니
결국 사형을 집행하는데
그 순간 왕의 팔이
저절로 떨어져서
땅바닥에 나뒹구는 구나.
성인을 살해한 죄
업이 지중하여
언제 지옥고를 벗어날지
계산은 놔 두어도
십 년 후
아!
지금 여기에,,
검은 옷 입은 험상궂은
저승사자가 찾아와서
몸에서 끌어내어
먼 길을 재촉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때
그대여, 태연할 수 있는가!
껄껄 웃을 수 있는 평상심이면
죽어도 죽음이 아니며
당황되고 두렵다면
살아있어도 참 삶은 아니라오.
無主空山에서 윤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