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도인의 경지*

빛속으로 2020. 3. 18. 14:17


 


*도인의 경지* 


 
  
 봉두난발 망나니는
 번뜩이는 칼날에 물을 뿌리고
 무지개 속 춤을 추며
 휘잉휘잉 저승사자 부르는 형장!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그대의 말씀
 지금도 변함이 없소? 
 
 서릿발 같은 왕의 추궁에
 도인의 담담한 대답-
 그렇습니다.
 
 죽어도
 산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하니
 죽여도 무방할 것이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제발 살려달라 매달리며 
 애걸하길 바랐을지 모르나 
 
 태연히 남긴 말은 
 칼 바람이
 산들바람 같을 뿐이라오. 
 
 죽는 순간에 
 별 일이 아닌 듯 말하니

 결국 사형을 집행하는데


 그 순간
 왕의 팔이

 저절로 떨어져서 

 땅바닥에 나뒹구는 구나. 
 
 성인을 살해한 죄
 업이 지중하여
 언제 지옥고를 벗어날지 
 계산은 놔 두어도
 
 십 년 후
 아!
 지금 여기에,, 
 
 검은 옷 입은 험상궂은
 저승사자가 찾아와서
 
 몸에서 끌어내어
 먼 길을 재촉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때
 그대여, 태연할 수 있는가! 
 
 껄껄 웃을 수 있는 평상심이면
 죽어도 죽음이 아니며
 당황되고 두렵다면
 살아있어도 참 삶은 아니라오. 


 無主空山에서 윤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