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불을 끄듯
화창한 봄날
왱왱왱 소방차의 경적이 요란하다.
방심한 작은 불씨가
소중한 재산과 애써 가꾼 보금자릴 태우고
이웃과 마을을 덮쳐 인명까지 살상하며
고통과 절망에 빠뜨리니
그 아픔이 가슴에 저민다.
분노의 불 또한
자신을 태우고 남을 해치며
신뢰와 우정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니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지체없이 꺼야만 한다.
분노가 얼핏 남 때문인 듯하나
가만히 살펴보면
보고 듣고 느끼는 분별을 따라
내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의 조각으로
의지와 지혜의 검으로 능히 제어할 수 있는 것
모든 걸 앗아가는 화마를 조심하면
가정이 안전하고 평안하듯
미움과 증오와 분노의 불을 끄면
고요한 마음에
평온의 꽃이 만발하네.
無主空山에서 윤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