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일기

반야심경일기(마하)

빛속으로 2007. 3. 28. 13:37

 


2006년 11월 30일

 

11월 마지막 날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한달 밖에 남아있지 않은데 한달을 남겨두었던 날에도 이젠 익숙하다. 그래서 이십대처럼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들뜬 기대감이나 삼십대의 한해를 흘러보내야 하는 초조와 아쉬움의 미련도 없고 상대를 패를 훤히 보듯이 세월에 담담하며 미래에 대한 신비감도 없다. 겨울의 입새에 밀려드는 한기를 느끼며 따스했던 계절을 아득히 그리워하나 순환하는 계절에 묵묵히 순응하면서 한겹 더 옷을 껴 입는다.

그리고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석가모니의 말씀인 팔만 대장경 가운데 가장 짧지만 모든 경의 핵심이 되는 반야심경을 일기형식으로 써보려고 한다. 반야심경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줄인 말로 총 270 글자지만 그럼에도 여기에 팔만의 경전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옛 성인의 소중하고 보배스러운 글이라 한자 한자가 다아야몬드처럼 귀중하고 고귀한데 짧은 문장에서 팔만의 경전을 통달하면 대도인이니 이보다 큰 소득은 없을 것이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 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라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불증불감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무고집멸도 무지역무득 이무소득 고보리살타의반야바라밀다  고심무과애무과애 고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 삼세제불 의반야바라밀다 고득아뇩다라삼막삼보리 고지 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능제일체고 진실불허 고설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아제아제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마하! 마하는 반야심경의 맨 처음에 등장하는 단어다. 마하란 범어로 크다는 뜻인데 크다는 것은 얼마큼이나 큰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이 없건만은 / 사람은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하드라.

초등학교 때 양사언의 시조를 읽으면서 태산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인 줄 알았다. 그후에 태산은 공자가 태어난 노나라에 있는 해발 1532미터의 산으로 공자가 태산에 올라가서 세상을 내려다 보면서 천하를 통치하는 웅대한 뜻을 품게 되었다 하는데 중국의 5대 명산 중에 하나로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금강산이나 설악산보다도 조금 낮은 산임을 후에 알았다.

지평선이 아득한 평원에 수려한 산이 우뚝하므로 천하 제일의 명산으로 공자는 생각하였을 것이며 그의 제자들에 의해 더욱 널리 알려진 산이다. 그런데 산 중에서 가장 높고 큰 산은 사계절 내내 빙하가 덮힌 히말라야다.

그러나 희말라야의 거대한 산맥도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에 옮겨 놓는다면 구렁이가 뱀을 삼킨듯 통체로 꿀꺽 삼켜도 티도 나지 않을 태평양이 가히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넓고 넓어서 수평선이 아득하여 눈으로 측량할 수 없는 대양에는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종류의 생물들이 살고 사람들은 낚시나 그물로 고기를 잡아먹으며 살아가는데 바다와 산과 강을 아우르는 드넓은 대륙이 모두 지구 안에 담겼으니 지구가 세상에서 제일 크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서 지구보다 더 큰 것은 없다. 

그런데 우주에서 보면 인간의 군상은 바람결에 나부끼는 티끌과 같고 개미나 미물처럼 지구에 기생해 살아가는 일생이 하룻 밤의 꿈과 같을 것이다.

큰 눈으로 보면 인생이라는 것이 하루살이의 삶이니 잘났다고 거들먹거릴 존재가 아니란 걸 알 것이다. 그러므로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선함과 진실을 마음 밭에 심어서 가꾸므로써 아름답고 훌륭한 삶을 경영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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