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5일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색(色)은 물질로 이루어진 형상을 말하며 공(空)은 텅 빈 것이다. 그러므로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색과 공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물질이 공과 다름없고, 공이 형상과 다름 없다고 한다.
이 얼마나 해괴한 말인가.
눈으로 보고 사물을 인지하므로써 입력된 자료에는 물질이란 형상이 있고 공은 형상이 없는 것이므로 색과 공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 물질인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물질인 색과 다르지 않는다 하니 그러한 논리를 과연 누가 납득할 수 있으며 관음의 뜻을 누가 알아 들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성자에게는 육안(肉眼)을 초월한 천안(天眼)이 있으며 혜안(慧眼)이 있으며 불안(佛眼)이 있으며 법안(法眼)이 있다. 지혜를 완성한 관자재보살의 안목으로 볼 때에는 물질이 공과 다름 없고 공이 물질과 다름 없는 것이다.
아주 쉽게 예를 들어서 커다란 산이 우뚝하게 솟아 있다면 그 산은 티끌이 하나 하나가 모여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산을 이루는 흙과 돌을 하나 하나 버리고 나면 결국은 산은 사라진다. 반대로 흙과 돌을 허공에 하나 하나 모아 쌓으면 허공에 산이 우뚝하게 선다.
그와 같이 허공이나 형상이 변하지 않는 고정된 모습이 아니고 허공이 형상이 되고 형상이 허공이 되는 것이다.
바위도 작은 티끌이 모여 이룬 것이며 강철도 티끌이 모여 있으며 강물도 물방울이 모여 이룬 것이며 그렇게 일체 사물은 티끌이 모여서 이룬다. 물질을 이루는 원소가 흩어지면 공으로 되는데 사람의 몸도 그와 같아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체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남자는 열흘, 여자는 보름만에 죽는다고 한다.
늙어서 굶어서 병으로 불의의 사고로 죽던 일단 죽으면 살과 뼈는 흙(地)이 되고, 피와 오줌과 고름과 눈물은 물(水)이 되고, 따스한 불(火)기운은 싸늘히 식고, 바람의 기운인 호흡(風)마져 멈춘다.
그러면 지(地)수(水)화(火)풍(風)으로 이루어진 몸둥이는 흩어져 없다.
그리고 다시 애착하는 마음이 인연의 모태에 들어가 생(生)을 받고 태어나면 젖을 먹고 밥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서 늙고 병들며 죽는다.
몸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병들어 죽어서 소멸하는 과정을 카메라로 찍어서 영상을 통하여 빠르게 돌리면 몸은 있다가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서 죽어서 사라지는 것이므로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이 색이 되며 색이 공과 다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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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수가 탄생한 날이니 예수의 사랑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성인 예수는 말했다. 그래서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 하고 불교를 자비의 종교라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더러 혹자는 사랑과 자비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지만 사랑과 자비는 깊게 사유하면 차원이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이란 미움이나 증오의 반대되는 개념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증오나 미워하지 않는 좋아하고 연민하는 주관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는데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고, 또 한 여자는 한 남자의 사랑을 거부하는데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사랑을 갈구하니, 사랑이란 영원한 미완성의 교향곡이다.
자신을 낳아서 키워준 부모가 식사는 했는지 어디 편찮지는 않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이 없거나 애써 귀를 막으면서 애완용 강아지를 끌어 앉고 귀엽구 사랑스럽다구 미장원엘 데려가고 병원에 데려가며 시간과 정성과 거액을 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 본다.
논리적 사고라면 당연히 자신을 낳아서 키워준 부모님에게 더 애정과 관심을 주어야 하거늘 강아지에 더 애정을 �으니,, 사랑의 모순이다.
커다란 구렁이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을 tv에서 보았는데 그는 흰쥐를 사서 뱀의 먹이로 던져주었다. 흰쥐는 두려움에 오들오들 떨다가 뱀의 먹이가 되고 말았는데 뱀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쥐가 그를 얼마나 증오하는지 그는 몰랐다.
그와 같이 사랑은 언제나 혼자 존재할 수 없고 미움과 함께 동반한다.
무서운 악어와 가족처럼 함께 지내는 사람도 살아있는 물고기를 던져주며 행복해 하는데 물고기가 죽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다니다 죽는 걸 보아라. 그것은 사랑인가! 증오인가!
이처럼 사랑이란 이기적인 집착인 경우가 많다.
그러함에도 사랑이 모든 고통과 괴로움과 미움과 증오를 치료하는 약이라고 '사랑하라!' '사랑하라!' 하고 외치며 권하지만 사랑에는 미움과 증오가 언제나 함께 한다. 빛과 그늘처럼 사랑과 미움은 서로 상존하는 미완성의 고향곡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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